새 송전선 없이 계통 용량을 늘릴 수 있는가: 3가지 판단 기준
새 송전선 없이 계통 용량을 늘릴 수 있는가. 송전선이 부족하면 새로 지어야 한다는 판단은 물리적으로 맞습니다. 전력망의 병목이 철탑과 전선의 부족이라면 센서나 소프트웨어가 구리와 알루미늄을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현장에서는 기존 선로를 그대로 둔 채 전송용량을 높이고 혼잡비용을 낮춘 사례가 계속 나옵니다.
그렇다면 새 송전선 없이 계통 용량을 늘릴 수 있는가. 답은 “일부 구간에서는 가능하지만, 그 용량의 성격을 구분해야 한다”입니다. 송전망의 운전한계는 도체의 절대 물리한계만으로 정해지지 않습니다. 기상과 자산상태를 정확히 알지 못해 남겨 둔 여유, 전력이 특정 선로에 몰리는 비효율, 사고 뒤 복구를 위해 확보한 안전범위가 함께 들어갑니다. 관측과 제어가 정교해지면 이 가운데 일부를 안전하게 회수할 수 있습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6년 9월 동적 정격, 토폴로지 최적화와 첨단 전력흐름 제어를 활용하면 기존망 보강 없이 세계적으로 최대 330GW의 발전·저장·수요를 추가 연결할 잠재력이 있다고 추정했습니다. 같은 용량을 망 확장으로 확보할 경우 필요한 투자액은 약 1,000억달러로 계산했습니다. 큰 숫자입니다. 다만 이것은 전선의 물리 정격이 일괄적으로 높아진다는 뜻도, 모든 지역에서 330GW를 확정적으로 쓸 수 있다는 뜻도 아닙니다.
계통 최적화가 만드는 것은 새로운 송전망이 아니라 기존망의 사용 가능한 용량입니다. 정적 가정이 남긴 열여유를 측정하고, 전력의 경로를 바꾸며, 제약이 없는 설비로 흐름을 분산합니다. 이 용량이 장기 접속계약에 반영될 만큼 확실한지, 실시간 운영에서만 쓸 수 있는지, 아니면 병목을 옆 설비로 옮긴 것뿐인지에 따라 경제적 가치는 달라집니다.
새 송전선 없이 계통 용량을 늘릴 수 있는가
기존 송전망의 명목 설비가 같아도 관측과 제어가 정교해지면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용량은 늘어날 수 있습니다. 송전선의 용량은 “전선이 몇 MW짜리인가”라는 단일 숫자가 아닙니다. 도체 온도와 처짐, 변압기 온도, 차단기 정격, 전압, 과도·동적 안정도, 그리고 한 설비가 고장 나도 나머지 계통이 버텨야 한다는 N-1 기준 가운데 가장 먼저 걸리는 제약이 실제 전송한계를 정합니다.
운영자는 이 한계를 정확히 알 수 없을 때 보수적으로 운전합니다. 기온·풍속·일사량이 변하고, 도체와 접속부의 상태도 완전히 같지 않으며, 발전과 수요의 위치가 시시각각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측정과 예보가 부족하면 최악에 가까운 조건을 가정한 정적 또는 계절 정격을 씁니다. 사고 뒤에도 계통을 유지할 수 있도록 추가 여유를 남깁니다. 이 여유는 낭비가 아니라 신뢰도를 지키기 위한 보험입니다.
디지털 기술은 이 보험을 없애지 않습니다. 실제 상태를 더 자주 관측하고, 여러 고장상황을 빠르게 계산하며, 제약이 생기기 전에 흐름을 바꿔 같은 신뢰도에서 필요한 여유의 폭을 좁힙니다. 데이터가 늘어서 용량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불확실성이 줄어 운영자가 기존 자산을 한계에 더 가깝게 쓸 수 있게 되는 구조입니다.
여기서 “물리 용량”과 “사용 가능한 용량”을 구분해야 합니다. 이 구분 때문에 같은 설비도 운전조건에 따라 계통이 받아들일 수 있는 전력은 달라집니다. 도체의 재료와 굵기는 그대로여도 바람이 충분히 식혀 주는 시간에는 더 많은 전류를 흘릴 수 있습니다. 망의 구성은 같아도 전력이 몰리는 경로를 바꾸면 혼잡한 선로의 부담을 줄일 수 있습니다. 반면 도체가 뜨겁고 모든 병렬 경로가 가득 찼다면 소프트웨어가 열한계를 지울 수는 없습니다.
정적 정격과 동적 정격
동적 선로정격은 고정된 보수적 기상 가정 대신 실제 냉각조건으로 시간별 열한계를 계산합니다. 가공 송전선에 전류가 흐르면 도체가 뜨거워지고 늘어져 지면이나 구조물과의 안전거리가 줄어듭니다. 도체가 감당할 수 있는 전류는 기온만이 아니라 풍속, 풍향, 일사량과 도체 상태에 좌우됩니다. 차갑고 바람이 부는 날에는 열이 빠르게 방출되고, 덥고 바람이 없는 날에는 같은 전류에서도 온도가 더 올라갑니다.
정적 선로정격은 이 변화 가운데 보수적인 조건을 골라 일정한 허용전류를 정합니다. 계절정격은 여름과 겨울처럼 몇 개 구간으로 나누고, 주변기온 조정정격은 예보된 기온에 따라 값을 더 자주 바꿉니다. 동적 선로정격(DLR)은 기상자료, 도체온도·장력·처짐 센서와 열모델을 결합해 현재와 가까운 미래의 허용전류를 계산해 냅니다. IEA는 동적 정격을 “고정 가정이 남긴 실시간 열여유를 드러내는 기술”로 분류합니다. 정적 정격과 동적 정격의 차이는 전선을 더 강하게 만드는 데 있지 않고, 현재 얼마나 식고 있는지를 아는 것입니다.
2026년 3월 PJM은 미국 계통운영자 가운데 처음으로 FERC Order 881에 따른 시간별 주변기온 조정정격을 전면 운영에 반영했습니다. PJM의 운영 실적과 규제 문서를 비교하면, 47개 기상권역의 10일 예보를 사용해 실시간부터 시간별 선로정격을 갱신하고 운영·신뢰도 분석과 시장 시스템까지 함께 바꾼 사실이 확인됩니다. PJM의 전환 과정은 정격 계산식만 바꿔서는 실제 용량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예보 데이터, 계통모델, 급전과 시장, 비상절차가 같은 시간축으로 움직여야 합니다.
더 세밀한 DLR은 도체 상태까지 직접 측정합니다. PJM과 PPL은 펜실베이니아 북동부의 혼잡한 230kV 선로 세 곳에서 실시간 정격을 운영했고, PPL은 연간 혼잡비용을 2,300만달러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이 운영 실적은 DLR이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지만, PJM은 동시에 DLR이 지역 송전확장계획의 신뢰도 보강을 대체하는 기술은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운영비용 절감과 설비대체의 경계가 분명한 사례입니다.
DLR의 편익은 기상과 혼잡의 상관관계에서 나옵니다. 이 때문에 풍력발전량이 높은 때 송전선도 강한 바람으로 잘 냉각된다면, 발전이 늘어나는 시간에 허용전류도 함께 올라갈 수 있습니다. 반대로 폭염 때 냉방수요가 최고치를 기록하고 바람까지 약하면 동적 정격은 정적 정격보다 낮아질 수 있습니다. 운영자는 좋은 날의 추가용량만 가져갈 수 없습니다. 나쁜 날의 하향 정격과 예보오차에도 대비해야 합니다.
경로 전체의 장비도 따라와야 합니다. 한 선로의 열여유가 20% 늘어도 끝단 변압기와 차단기의 정격이 그대로라면 전달 가능한 전력은 늘지 않습니다. DLR의 설치효과를 센서가 붙은 선로의 최대 증가율로 평가하면 안 되는 이유입니다. 접속지점부터 수요지까지 이어지는 경로에서 가장 약한 설비가 바뀌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토폴로지 최적화
토폴로지 최적화는 차단기와 모선 구성을 바꿔 같은 망에서 전력이 흐르는 경로를 재배치합니다. 교류 전력은 운영자가 지정한 단일 길로만 흐르지 않습니다. 발전기와 수요의 위치, 선로 임피던스와 계통 구성이 정한 여러 경로로 나뉩니다. 그래서 한 선로가 과부하인데 인접 선로에는 여유가 남는 상황이 생깁니다.
전통적으로 운영자는 경험과 운영지침을 바탕으로 선로를 개폐하거나 모선 구성을 바꿨습니다. 그러나 후보 조합이 많아질수록 사람이 실시간으로 모든 대안을 비교하기 어렵습니다. 토폴로지 최적화는 전력흐름, N-1 사고, 전압과 운영제약을 반영해 혼잡을 줄이는 스위칭 조합을 계산합니다. 빠른 계산과 최적화 기법이 발전하면서 오프라인 계획용이던 해법도 초·분 단위 운영 판단에 들어왔습니다.
IEA가 정리한 미국 운영사례에서 토폴로지 최적화는 신뢰도 요건을 유지하면서 유효 계통용량을 약 5~25% 높일 수 있는 재구성을 제시합니다. 영국 National Grid가 의뢰한 별도 연구에서도 선택된 제약구간의 전송한계가 3~12.3% 높아질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두 숫자의 범위가 다른 것은 기술 성능이 불안정해서라기보다 계통 구성, 분석 시나리오와 남아 있는 병목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특정 연구의 최대치를 모든 망에 적용할 수는 없습니다.
계산상 최적해가 곧 운영해법도 아닙니다. 차단기 하나를 열면 고장전류와 보호협조가 달라지고, 정비 중인 설비와 충돌할 수 있으며, 사고 뒤 원래 구성으로 복구하는 절차가 복잡해집니다. 운영자는 추천된 스위칭이 정상상태뿐 아니라 주요 고장상태에서도 전압·주파수와 안정도 기준을 지키는지 검증합니다. 효과보다 검증가능성이 먼저입니다.
이 기술이 여는 용량은 장부상 숫자에 그치지 않습니다. 실제 스위칭으로 과부하 선로의 전류가 줄고 다른 경로의 여유를 사용한다면 물리적 전력흐름이 바뀝니다. 다만 새로운 선로를 만든 것은 아니므로 전체 망의 동시 최대수송능력이 무조건 증가하는 것도 아닙니다. 특정 발전·수요 조합과 사고조건에서 막혀 있던 경로를 풀어 주는 조건부 용량에 가깝습니다.
첨단 전력흐름 제어
첨단 전력흐름 제어는 과부하 경로의 전기적 임피던스를 바꿔 전력을 여유 있는 병렬 경로로 보냅니다. 이 메커니즘 때문에 도로의 신호체계에 비유하기 쉽지만, 교류망에서는 운전자가 차량을 임의로 다른 길로 보내는 것과 다릅니다. 전력은 물리 법칙에 따라 임피던스가 낮은 경로로 분배되므로, 제어장치가 선로의 전기적 특성을 조정해 흐름의 비율을 바꿉니다.
위상변압기와 FACTS 장치는 오래전부터 같은 목적의 설비입니다. 최근에는 기존 선로에 비교적 빠르게 설치할 수 있는 모듈형 직렬 전력흐름 제어장치가 등장해 토목공사와 변전소 개조의 범위를 줄였습니다. IEA는 전통적 대형 FACTS나 위상변압기에 수년이 걸릴 수 있는 반면, 모듈형 장치는 수개월 단위 배치가 가능하다고 평가합니다. 설치기간의 차이가 혼잡이 급한 구간에서 경제적 가치를 만듭니다.
첨단 전력흐름 제어는 빈 경로가 있을 때만 작동합니다. 병렬 선로가 이미 한계에 가깝거나 방사형 계통처럼 대체경로가 없다면 보낼 곳이 없습니다. 한 선로의 과부하를 풀면서 다른 선로, 변압기 또는 전압제약을 새로 만듭니다. 이 경우 혼잡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위치만 바뀌었습니다.
운영효과는 개별 장치의 정격보다 계통 경계의 전송능력으로 측정해야 합니다. 제어 전후에 특정 선로의 전류가 얼마나 줄었는지보다, N-1 조건에서 발전단지와 수요지 사이에 추가로 전달할 수 있는 확정 MW가 얼마인지가 중요합니다. 혼잡비용과 재급전 비용이 줄었더라도 접속용량이 늘지 않을 수 있고, 반대로 접속은 늘었지만 평상시 혼잡비용 절감은 작을 수 있습니다. 목적에 따라 성과지표가 달라집니다.
경로 전체의 최약 제약
계통 최적화 기술의 용량효과는 기술별 숫자를 더한 값이 아니라 경로 전체에서 동시에 풀린 제약의 교집합입니다. DLR은 선로의 열여유를 보여주고, 토폴로지 최적화는 경로를 다시 짜며, 전력흐름 제어는 여유 있는 선로로 흐름을 보냅니다. 세 기술이 서로 다른 제약을 풀면 효과가 커질 수 있지만, 같은 열여유를 중복해서 계산하면 용량을 부풀리게 됩니다.
예를 들어 DLR로 선로 A의 허용전류가 15% 늘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전력흐름 제어장치가 선로 B의 전력을 A로 보내면 B의 혼잡은 줄어듭니다. 그러나 A 끝단 변압기가 이미 한계라면 계통 경계의 수송능력은 늘지 않습니다. 토폴로지 변경으로 변압기를 우회하더라도 새로운 구성이 단락전류나 전압안정도 기준을 위반하면 사용할 수 없습니다. 기술은 각각 작동했지만 추가 접속용량은 0일 수 있습니다.
반대 조합도 가능합니다. 동적 정격이 바람 부는 시간의 열여유를 보여주고, 전력흐름 제어가 그 여유로 전력을 보내며, 토폴로지 최적화가 사고 뒤 대체경로를 확보한다면 단독 기술보다 큰 용량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때도 추가용량은 세 숫자의 단순 합이 아니라 모든 보안제약을 통과한 전력흐름 계산의 결과입니다.
IEA가 기술별 잠재력의 합보다 결합 잠재력을 낮게 계산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같은 기반 여유를 여러 기술이 함께 사용하기 때문에 효과가 겹치며, 전압·보호·동적 안정도와 복구위험이 남으면 열여유를 모두 쓸 수 없습니다. IEA의 330GW 추정 방법은 문헌과 사례의 기술별 잠재력을 국가·지역의 선로길이, 전압, 도체, 회선 수, 혼잡과 평균·피크수요에 적용한 상위 수준 분석입니다. 개별 접속사업의 보장치가 아닙니다.
따라서 “DLR이 20% 늘렸다”는 홍보문구보다 경로 단위 검증자료가 중요합니다. 어느 설비가 기존 병목이었는지, 기술 도입 뒤 새 병목은 무엇인지, 정상상태와 N-1에서 각각 몇 MW를 인정받았는지, 그 용량을 연중 몇 시간 쓸 수 있는지를 봐야 합니다. 이 네 항목이 없으면 기술의 성능과 계통의 경제적 가치를 연결하기 어렵습니다.
330GW 추정치의 해석
IEA의 최대 330GW는 기존망에 숨어 있는 “공짜 송전선”의 총량이 아닙니다. 동적 정격, 토폴로지 최적화와 첨단 전력흐름 제어를 적합한 구간에 적용했을 때 추가로 연결할 수 있는 발전·저장·수요의 추정치입니다. 현재 세계 접속 대기열과 망 건설기간을 고려하면 상당한 규모지만, 기술·지역별 적용가능성과 운영승인이 전제입니다.
금액도 같은 방식으로 읽어야 합니다. 약 1,000억달러는 330GW를 전통적 망 확장으로 연결할 경우의 대체 투자 추정치이지, 세 기술을 설치하면 그만큼의 CapEx가 즉시 절감된다는 확정 예산이 아닙니다. 일부 투자는 완전히 회피되지만, 일부는 몇 년 미뤄질 뿐이고, 일부 구간에서는 센서·통신·제어실 시스템을 설치한 뒤에도 송전선을 증설할 수밖에 없습니다.
현장 증거는 잠재력이 실재한다는 점과 편차가 크다는 점을 동시에 보여줍니다. 미 에너지부는 추운 날이나 바람 부는 날 일부 선로가 표찰 정격보다 50% 더 많은 전력을 전달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그러나 이는 특정 기상조건의 선로 열용량입니다. 토폴로지 최적화의 5~25%, 영국 사례의 3~12.3%, PPL의 연간 2,300만달러 추정 역시 서로 다른 지표입니다. 용량 증가율, 제약구간의 전송한계, 혼잡비용 절감을 같은 성과로 합쳐서는 안 됩니다.
계통운영자 관점에서 더 중요한 구분은 firm capacity와 operational headroom입니다. 장기 접속계약과 신뢰도 계획에 반영할 수 있는 값은 예보오차, 센서고장, 통신단절과 극단기상에도 유지돼야 확정용량입니다. 실시간에만 보이는 추가여유는 시장 급전과 출력제한을 개선할 수 있지만, 신규 대형부하의 무조건 접속을 보장하지 못합니다. 둘 다 가치가 있으나 사용처가 다릅니다.
이 구분을 무시하면 양쪽 오류가 생깁니다. 모든 추가여유를 가상으로 취급하면 빠르고 저렴한 운영개선을 놓칩니다. 반대로 최고 조건의 순간용량을 확정용량으로 보면 극단기상과 사고 때 신뢰도가 흔들립니다. 잠재력보다 계획에 인정된 용량과 실제 혼잡비용 절감이 더 중요한 지표입니다.
장기 증설과 단기 증용
계통 최적화는 수개월 안에 단기 용량을 열 수 있지만 신규 송전망의 장기 공급능력과 회복탄력성을 대체할 수 없습니다. 신규 송전선은 입지선정, 환경검토, 토지보상, 주민수용, 인허가, 장비조달과 공사를 거칩니다. IEA는 새 망의 계획부터 완공까지 5~15년이 걸릴 수 있다고 봅니다. 기존 철탑과 선로를 활용하는 센서·소프트웨어·모듈형 장치는 이 과정의 상당 부분을 피할 수 있습니다.
Energy Systems Integration Group이 2025년 미국 유틸리티와 계통운영자의 경험을 정리한 보고서는 동적 정격, 전력흐름 제어와 토폴로지 최적화가 대체로 수개월 안에 적용될 수 있고, 신규 권리구간 없이 전통적 보강보다 적은 비용으로 병목을 완화할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동시에 장기 신뢰도와 효율을 위해 대용량 지역·광역 송전망 투자가 필수라고 명시합니다. 운영자들이 보는 GET의 역할은 단기 브리지이지 장기 망계획의 취소가 아닙니다.
두 수단은 시간축이 다릅니다. 향후 3년 안에 접속해야 하는 발전소나 공장의 병목을 GET로 완화하고, 10년 뒤의 구조적 수요증가에는 신규 회랑과 변전소를 준비할 수 있습니다. 단기 기술이 시간을 벌어 주는 동안 실제 부하와 발전패턴을 관찰하면 장기 송전선을 어디에 얼마나 지을지도 더 정확해집니다. 과잉건설과 지연 위험을 함께 줄이는 방식입니다.
자본배분도 “소프트웨어냐 철탑이냐”의 선택이 아닙니다. 첫 단계에서 계측과 최적화로 현재 병목과 숨은 여유를 확인하고, 두 번째로 전력흐름 제어와 재구성으로 빠르게 쓸 수 있는 용량을 회수합니다. 그래도 반복적으로 남는 열·전압·안정도 제약은 재도체화, 변전소 증설과 신규 송전선으로 해결해야 합니다. 작은 투자가 큰 투자의 필요성과 위치를 검증하는 순서입니다.
계통 최적화가 장기 증설을 늦추는 경우에도 가치는 남습니다. 5년 뒤 필요할 공사를 8년 뒤로 미루면 자본의 현재가치와 공사시점의 불확실성이 바뀝니다. 반면 미뤄진 기간 동안 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게 늘면 병목이 더 심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투자 회피와 투자 연기를 구분해야 경제성을 과장하지 않습니다.
성과를 가르는 네 가지 지표
기존망 증용은 추가 MW보다 언제·얼마나 확실하게 쓸 수 있고 제약을 어디로 옮기는지로 판단해야 합니다. 첫 번째 지표는 경로 단위의 확정용량입니다. 선로 한 곳의 정격 증가가 아니라 접속점과 수요지 사이의 모든 열·전압·보호·안정도 제약을 통과한 MW를 봅니다. 실시간 운영용량과 장기계획 인정용량도 나눠야 합니다.
두 번째는 이용가능 시간과 하향위험입니다. 연중 평균 추가용량, 혼잡 시간과 겹치는 비율, 폭염·무풍·센서장애 때의 최소용량을 함께 공개해야 합니다. 이 지표를 확인하면 평균이 높아도 가장 필요한 시간에 사라지는 용량은 접속자산보다 시장운영 자산에 가깝다는 점이 드러납니다. 반대로 혼잡 시간과 냉각조건이 함께 움직인다면 작은 평균 증가도 큰 비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병목 이동입니다. 도입 전 제약과 도입 후 제약을 설비별로 비교하고, 재급전·출력제한·혼잡비용이 실제로 줄었는지 측정합니다. 이 비교로 제약이 다른 선로나 변압기로 이동했다고 확인되면 추가 장치를 결합하거나 물리 증설로 넘어가야 합니다. 기술별 설치대수는 이 판단에 거의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네 번째는 접속과 투자 결과입니다. 프로젝트의 접속기간이 얼마나 줄었는지, 신규망 공사가 회피됐는지 또는 몇 년 연기됐는지, 그 기간 신뢰도 위반과 비상조치가 늘지 않았는지를 확인합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비용 절감 추정치나 장비 주문보다 운영자가 인정한 firm MW와 반복되는 배치를 봐야 합니다. 실제 수요와 자본 배분을 보여주는 신호이기 때문입니다.
이 네 지표를 통과하면 디지털 계통 기술은 장부상 여유가 아니라 운영 가능한 공급능력을 만든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시범사업의 순간 최대치와 시뮬레이션 절감액만 있다면 상용 계통가치는 아직 검증 단계에 머뭅니다. 설치보다 운영절차, 계획모델과 규제보상에 들어갔는지가 확산을 가릅니다.
이 판단이 빗나갈 수 있는 경우
첫 번째는 병목이 관측과 흐름이 아니라 절대적인 설비부족인 경우입니다. 이 조건에서는 방사형 선로에 대체경로가 없고, 도체·변압기·차단기와 전압안정도가 모두 한계라면 최적화로 회수할 여유가 없습니다. 수요가 장시간 평탄하게 최대치에 머물러 냉각시간도 없다면 물리 증설이 필요합니다.
두 번째는 추가용량이 필요한 시간과 동적 여유가 생기는 시간이 어긋나는 경우입니다. DLR은 날씨가 유리할 때 용량을 높이지만 폭염·무풍의 수요피크에는 오히려 낮은 정격을 줄 수 있습니다. 예보오차가 크거나 센서가 고장 나면 운영자는 보수적 정격으로 돌아가야 하므로 접속계획에 인정되는 용량이 줄어듭니다.
세 번째는 운영통합 비용과 책임이 편익보다 큰 경우입니다. 데이터 품질, 통신·사이버보안, 보호설정, 제어실 훈련과 시장규칙을 함께 바꿔야 하며, 잘못된 정격과 스위칭 판단의 신뢰도 책임은 운영자가 집니다. 혼잡이 드문 구간에서는 이 고정비를 회수하기 어렵습니다.
네 번째는 잠재력 추정치를 실제 투자성과로 오해하는 경우입니다. IEA의 330GW는 여러 지역과 기술의 문헌·사례를 이용한 상위 수준 추정입니다. 국가별 망구조, 기상, 도체, 혼잡과 운영규칙이 다르기 때문에 개별 시장의 설치 가능량은 별도 계통연구가 필요합니다.
기존망 최적화의 의미는 송전선을 짓지 않아도 된다는 데 있지 않습니다. 새 망이 완공되기 전까지 보수적 정격과 비효율적 흐름에서 회수할 수 있는 용량을 먼저 쓰고, 그 결과로 장기 증설의 위치와 규모를 더 정확히 정하는 데 있습니다. 관측이 만든 열여유, 제어가 만든 경로와 모든 고장조건에서 인정되는 확정용량을 구분하면 과장과 과소평가를 피할 수 있습니다.
새 송전선은 구조적 수요증가와 절대 용량부족을 해결합니다. 계통 최적화는 기존 자산이 놀고 있는 시간과 잘못 배분된 흐름을 줄입니다. 둘은 경쟁재가 아니라 시간과 위험을 나누는 보완재입니다. 망 이용률을 높여도 남는 시간대별 불일치를 저장과 수요 유연성으로 연결합니다.